CBS FM 음악방송을 늘 즐겨 듣는다.
오늘도 병원에 진료가 있어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중에도 라디오를 청취하였다.
아침 9시부터 강석우 씨가 진행하는 '아당(아름다운 당신)'에서 '오빠생각'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모니카로 연주되었다.
아내와 함께 하모니카에 대해서 이란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리가 참 애잔하다는 아내의 말에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는 하모니카 부는 것을 좋아하셨다.
어릴 적 아버지가 하모니카를 부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아버지가 하모니카를 부시는 덕분에 나도 곁에서 하모니카를 배웠다.
숨을 내뱉고 들이 쉬는 것을 통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어렸을 때는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아버지의 하모니카 소리에 '애잔함'이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아내의 말에 아버지가 불었던 하모니카 소리에 애잔함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생각해 보니 내가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아버지의 하모니카 소리를 이해하고 그것이 애잔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 때는 모르고 지금은 아는 그것.
내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니구나 생각했다.
내가 보는 것이, 내가 들은 것이, 나의 생각이 '모든 것'이 아니고, 항상 맞는 것도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마치 내가 다 아는 것처럼, 내가 들은 것이 전부인 것처럼 말을 하곤 했는지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참 부끄럽다.
무지가 낳은 비극이다.
차분하게 비가 내리는 유리창에 애잔한 하모니카 소리도 함께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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