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들어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온난화의 영향이라고 말을 들었지만 이렇게 피부로 직접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불현듯 우리 곁에 와 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고맙고 기다려지기까지 하던 햇빛도 이젠 피하고 싶은 기피대상이 되었다.
아직은 습하지 않아 불쾌함은 덜하지만 어쨌든 더운 건 더운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수박 한 통을 샀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고 적당한 크기의 수박을 주인 아저씨가 골라 주셨다.
받으면서 반신반의가 되었다.
통통 두드려 소리를 들어보고는 '잘 익었다'고 낙점하는 주인 아저씨의 감별법이 미덥지 않았다.
그저 과일을 팔기 위한 일성(一聲) 정도로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겪어 보았던 감별사들의 실패를 겪어 보았기 때문이다.
값을 지불하고 집으로 향했다.
가족들이 수박을 중심으로 둘러 앉았다.
수박 한 조각을 먼저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콤한 물이 입안 가득 흐르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과일가게 주인 아저씨의 일성(一聲)을 따라했다.
"와~잘 익었다"
그제서야 가족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먹기 시작했다.
씨를 골라내고, 뱉으며 수박 한 통에 기뻤던 옛날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다.
그 때는 유난히 식구가 많았다.
여섯은 기본이었다.
우리집이 그랬다.
아내의 집은 아홉이다.
쇠도 씹어 소화시킬 정도로 한참 먹을 때였다.
그런 상황에 수박 한 통은 너무 작았고 또 너무 적었다.
그래서 엄마는 질보다 양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다.
제법 큰 스테인레스 그릇에 수박의 속살을 긁어내셨다.
그리고 과감하게 물을 부으셨다.
다량의 설탕을 부어 간을 맞추셨다.
그리고 얼음집에서 잘라 온 얼음을 깨서 집어 넣었다.
맛도 좋고 양도 많은 수박화채가 완성되었다.
엄마는 제비새끼처럼 그릇을 내미는 아이들의 그릇에 한 국자씩 퍼주셨다.
양은 넉넉했고, 질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한 그릇은 기본이고 두 그릇은 필수다.
세 그릇?
그건 옵션이었다.
그렇게 수박 한 통으로 온 가족이 배부르게 먹었던 추억을 소환해서 아내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 꽃을 피웠다.
수박 한 통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였던 행복한 순간들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